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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을 찾아서」 “매주 어른들 만나는것 이젠 일상이에요” 
 mansuknews | 07-10-26 21:19
 

"매주 수요일 오후 여섯시가 되면 만석동에 있는 기차길옆공부방 일층에는 20명 가까이 되는 동네 어른들이 모인다. 여기저기서 건강얘기며 동네소식이며 일하시는 이야기, 자식들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마치 시골마을에 있는 사랑방 같은 분위기다. 8시 공부방 상근자로 있는 김재양씨가 청진기와 혈압계로 할머니들의 혈압을 재기 시작하면 한의사인 유승엽씨가 공부방 일층으로 들어와 매주 뵙는 만석동 어른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허리와 무릎에 침을 놓는다.
연수동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유승엽(37세)씨가 무료한방진료로 만석동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1998년 기차길옆 공부방에 상근자로 있던 친구를 통해서다. 그 해 여름 그는 동국대 한의대 후배들과 함께 1주일동안 만석동에서 무료한방 진료를 진행했다. 한방진료가 끝나고 나서 좀 더 오래 정기적으로 진료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혼자서 시작한 것이 벌써 10년이 지났다.

봉사란 생각에 시작한 일 이젠 일상이돼

“처음엔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인데 지금은 수요일 저녁이 되면 으레 만석동으로 가는 게 일상이 된 거예요. 거기 가서 사람들 만나 저녁 먹고, 같이 사는 이야기하고 동네 어른들 침 놔드리고..., 동네 어른들도 특별히 진료를 받는 다기보다 동네 사랑방 오듯이 오세요. 그래서 서로 사는 이야기들 나누시고, 그게 좋아요.”
한의학에서는 사람의 질병을 만드는 몸의 피로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고 한다.
무리하게 몸을 움직여 생기는 피로증상을 ‘노력상’이라고 하고 스트레스 즉 마음에서 생기는 피로의 증상을 ‘노심상’이라고 한다.
“근데 정말 무서운 건 이 스트레스에서 생기는 노심상의 피로거든요. 암 이라는 것도 한의학으로 보면 무언가 기운들이 생활에서 풀어지지 않고 몸 안에 뭉쳐서 딱딱한 덩어리로 굳어지는 거거든요. 만석동 어른들은 ‘노력상’과 ‘노심상’이 합쳐진 증상이 많아요.”
때문에 그는 동네 사랑방 같은 한방진료가 만석동 어른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유씨는 매주 만석동에서 무료한방진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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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번이라도 동네 어른들이 사는 얘기하시면서 마음에 뭉친 것들 푸시니 좋고, 일을 많이 하셔서 생기는 것은 제가 침으로 좀 다스리니 좋고 말입니다.”
유씨는 인천 작동에서 1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약사였던 누나와 부모님의 권유로 한의대에 진학하게 되어 한의사의 길을 걷게 되었다.
한의대에서 유씨는 여러 학문 중 약초학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존경하는 선생님을 만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 저희 선생님은 약초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시죠. 평생 전국 산지를 돌며 수집하신 방대한 자료를 보면 정말 입이 다물어지질 않아요. ”
선생님의 영향 때문인지 유씨는 남달리 약재에 대한 욕심이 많다. 그래서 중요한 약재는 유씨가 발품을 팔아 산지에 가서 직접 보고 고른다.

한의학은 그가 평생공부해야할 일

유씨는 폭넓게 한의학을 공부하기위해 요즘도 정기적으로 부산까지 내려가 한의학 학회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그가 평생을 두고 공부하고자하는 한의학은 그 폭과 깊이가 넓고 깊은 학문이다.
그는 그가 매료된 한의학을 서양의학과 구별해 이렇게 설명한다.
“한방은 몸이 스스로 치유되도록 돕는 의학이예요. 농사에 비유하면 작물이 병들었을때 그병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작물의 기운을 살피는 거예요. 그래서 농약을 쓰기보다 그 작물의 기운을 돋을 수 있는 적당한 종류의 두엄을 주는 거죠. 더디긴 해도 인위적인 약물로 무리를 주지 않고 몸을 살려내는 게 한의학의 큰 장점이죠.”
유씨는 한 사람의 질병이 그 가족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 12년전 그가 근무하던 병원에서 만난 환자를 통해 실감했었다.
인천제철에서 근무하다 유독가스를 마셔 거의 식물인간이 되었던 20대 남자 환자에게는 예쁜 딸아이가 있었다. 그런데 본가에서 사고 뒤부터 애비잡아 먹은 아이라고 구박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온 몸이 마비된 환자와 그로 인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는 부인과 아이를 지켜보는 게 쉽지 않았다고 한다.
얼마후 그 환자의 주치의가 된 유씨는 작약이라는 약을 써 그 환자의 턱근육마비를 풀 수 있었다. 위장에 꽂은 호스를 통해 식사하던 환자가 자신의 입으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환자와 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었다는게 그에겐 마음에 남는 큰 보람이었다. 또 의사로서의 책임감을 되새기게 하는 일이었다.
그는 병원 응급실에서 부인을 처음 만났다.
“ 애기엄마가 응급실 간호사로 있었어요. 응급실은 사람의 본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곳 이죠. 애기엄마는 정신없는 때도 사람들한테 잘 하더라구요. 그래서 호감을 갖고 있다가 아내가 퇴직할 때 얘기해서 만나기 시작했어요.“
두 아이를 둔 유씨는 아이들이 아이들답게 자라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배고프면 밥 달라고 하고, 화나면 찔통부리고, 기분 좋으면 웃고... 그게 자연스럽고 좋잖아요.”
한 인간으로서 그는 떳떳한 삶을 살고 싶다.
“한방진료를 하고 부산에 공부하러가고 더 좋은 약재를 구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도 제 삶에 떳떳하고 싶어서예요. 내 아이들에게 또 나에게 부끄럽다면 이 직업에 회의가 느껴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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