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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속으로」 '끝맺음' 못하는 아이들 
 mansuknews | 01-01-15 02:34
 

"선생님이 지난번에 얘기한대로 수요일부터 뜨개질 시작할 테니까 털실과 대바늘이 있는 사람은 집에서 가져오고 없는 사람은 내일 저녁 5시까지 학교앞으
로 와라. 같이 사러 가자."
"와!" "뭐 뜨는 건데요?" "리본 목도리" "얼마 있어야돼요?" "3천원쯤 있으면 될거야."
수요일 아침.
"선생님 빨리 시작해요. 어제 꿈까지 꿨어요."
30명의 아이들이 저마다 자기의 실을 자랑하며 힘겹게 코를 잡는 모습이 얼마나 우스웠는지 모른다. "선생님, 보기엔 쉬운데 잘 안돼요." "급하게 하지 말고
천천히 떠. 미림아, 코를 손가락으로 눌러야지, 자꾸 빠지잖아."
처음엔 다정한 목소리로 시작한 뜨개질이 여기저기서 "선생님"을 외쳐부르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결국 "이렇게 하는 거잖아, 계속 똑같이 하는 거야."하면서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점점 바뀌어갔다.
어쨌든 첫 시간은 하나씩 붙들고 코만들기로 다 지나갔다. 그 날 하루는 온통 뜨개질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시도 때도 없이 뜨개질을 하면서 아이들은 너무
즐거워했다. "선생님, 뜨개질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은 몰랐어요."
목요일 아침
다행히 열심히 연습한 끝에 아이들은 코를 잡을 수 있었다. 아이들이 반복해서 혼자서도 뜰 수 있도록 겉뜨기로만 뜨고 고리부분을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는지 겉뜨기하는 데만 두시간은 걸렸을거다. 어쨌든 한 명씩 다 돌아가면서 떠주고 가르쳐주고 한 끝에 모두 시작은 할 수 있었다.
월요일 아침
"너희들 그동안 많이 떴니? 한참 열심히 뜨더니 요새는 뜨는 모습이 잘 안보이네."
"집에서 많이 떴어요!" "…(뜬게 없어서 대답못하는 아이들 반응)"
"내일 한번 볼 테니까 가져와봐"
화요일 아침
어쩜 이렇게 극과 극일수가…. 꾸준히 한 아이들은 어느 정도 목도리의 틀이 잡혀가고 있었지만 그렇지않은 아이들은 코만 풀었다 떴다 해서 이미 시작부분
의 실은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그 순간
"야, 칼을 뽑았으면 두부라도 잘라야지. 그렇게 했다간 1년 내내 떠도 5줄 이상을 못 벗어나겠다. 너네 기껏 목도리 뜬다고 실까지 새로 사놓고는 하다 말면
선생님까지 망신시키는거야."하며 한바탕 잔소리를 해댔다.
우리 아이들이 끝맺음을 잘 못하는 이유를 보면 12살이 되도록 한번도 제 힘으로 자신의 일을 마무리 해보지 않았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작은 숙제부터 주
변정리, 커다란 일까지 여러 곳에서 아이들의 경험부족을 느낄 수 있다.
사람이 태어나서 제앞가림을 할 수 있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건만, 아이들은 항상 남에게 의지하고 누군가가 대신 해 줄 것을 기대한다. 당연히 학습의욕
도 떨어지고 성취감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아이들은 열심히 뜨개질을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진 능력과 인내심만큼 느끼고 즐기면서 목도리가 완성되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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