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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은어’속에 담긴 아이들의 일상 
 mansuknews | 07-10-26 20:37
 
오후 4시경 마을버스 안.
버스가 화도진중학교 앞에 멈춰 서자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왁자지껄 떠들어대며 버스에 오른다. 버스의 문이 닫히려는 찰나 한아이가 버스에 뛰어 오르면서 뒤에서 늑장을 부리는 친구에게 소리친다.
“김○○~! 스겜~! 스겜~!”
그 말을 들은 김○○이라는 아이가 헐레벌떡 버스에 오른다.
버스 뒤쪽에서는 전화통화를 하는 고등학생의 화난 목소리도 들린다.
“이번 기말 고사 시험은 완전 쩔게 낚였어. 문제가 캐 어려웠다니까. 다음 수업시간부터는 쌩깔거야.”
버스에 앉아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할 말들이 꽤 많다.
중학교에 다니는 지연이(가명, 중3)와 현아(가명, 중3), 상훈이(가명, 중3)에게 요즘 아이들이 사용하는말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 보니 버스에서 들은 아이들의 대화가 이해가 된다.

스겜, 쩐다, 낚였다, 캐 생깐다.

“스겜은 컴퓨터 게임을 하는 아이들이 주로 쓰는 말인데 ‘스피드 게임’을 줄여서 만든 말이에요. 그러니까 빨리빨리 서두르라는 뜻이죠.”상훈이는 아이들이 했던 말의 뜻을 이렇게 설명해 주었다.
“‘쩐다’는 건 아이들이 요즘에 가장 많이 쓰는 말인데 심하다는 뜻이고, ‘낚였다’는 건 속았다는 말이에요. 그리고 ‘캐’는 그냥 붙이는 건데 매우라는 뜻이구요. 예전에는 ‘개’였는데 발음을 더 세게 바꾼 것 같아요. ‘쌩깐다’는 건 아는 척하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시험 문제가 예상 밖으로 너무 어려워서 선생님과 아는 척하지 않겠다는 뜻이 되는 거죠.” 지연이는 버스에 있던 고등학생의 통화내용을 ‘해석’해 주었다.
요즘 아이들이 많이 쓰는 말은 인터넷 채팅이나 핸드폰 문자를 주고받으며 생겨난 경우가 많다. 줄임말이나 타자를 치다가 자주 생기는 오타를 그대로 사용하기도 한다.
때문에 아이들이 사용하는 말에는 유행이 있고, 그 유행도 빠르게 변해 같은 또래 아이들이라 하더라도 잘 모르는 아이들은 친구들과의 대화에 끼지 못하거나 무시당하기도 한다.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하는데 몇몇 애들만 자기들끼리 아는 이상한 말을 해놓고, 자기들끼리 웃을 때가 있어요. 제가 잘 못 알아들으면 애들이 저더러 ‘모범생’이라고 하는데 그 말이 기분 좋지 않았어요. 무시당하는 것 같아서.”
상훈이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종종 겪게 되는 문제들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은어나 비속어를 사용하는 다양한 이유 중 아이들이 가장 첫 번째로 꼽는 것은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다. 아이들은 같은 말을 사용하면서 서로 비슷하다는 느낌을 갖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들 사이에서 상훈이처럼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아이들은 친구들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친구들 사이에서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유행하는 말이나 줄임말들을 경쟁적으로 쓰는 경향이 있다. 그런 말들을 많이 사용할수록 친구들 사이에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몇몇 애들은 자기가 만든 말을 유행시키려고 일부러 퍼뜨리는 아이들도 있어요. 그런 애들은 괜히 SC(센 척)하는 거예요. 자기가 만든 말 해놓고 다른 애들이 모르면 ‘진짜 그 말도 몰라?’하면서 괜히 아는 척 하면 다른 애들은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아~! 나도 아는데 정확한 뜻은 설명을 못 하겠다’고 말하면서 안다고 그래요.”

유행하는 말 경쟁적으로 쓰기도

현아는 처음 듣는 말인데도 아는 척하는 친구들이 한심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고 한다.
아이들은 친구들과의 이야기에 끼기 위해 은어나 비속어를 사용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마음이 통하는 대화는 하지 못하고 있다.
“그냥 화나거나 누군가를 욕할 때나 그렇게 이야기를 하죠. 속 시원 하자고.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할 때도 재미있게만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건 왠지 진심이 아닌 것 같잖아요.”
지연이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의 속마음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런 말들로는 마음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는 친구들하고 진짜 속마음 이야기를 할 때에는 그런 말을 쓰지 않고 말해요. 그러면 친구들도 제가 하려는 말이 뭔지 알아듣는 것 같아요. 자주는 아니지만...”
현아는 진심을 이야기할 때와 일상적인 이야기를 할 때 사용하는 말이 다르다고 한다. 그래야만 다른 친구들과 어느 정도 진심이 통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인터넷에 떠도는 줄임말이나 은어들을 사용하는 이유는 지연이의 말처럼 ‘다른 친구들과 쉽게 가까워지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그렇게 가까워진 친구들과는 쉽고 편한 이야기 이상을 하기가 힘들다. 재미있고 가벼운 그런 말들로는 자기의 속마음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줄임말이나 은어 사용에 대해 흔히 하는 걱정이 ‘우리말이 파괴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실제로 부딪는 문제는 가까운 친구들과도 자기의 속마음을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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