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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부리 이야기」 “ 나물을 너무 먹어 지겨웠는데 지금은 없어서 못 먹네” 
 mansuknews | 07-06-01 12:20
 
내가 이북사람인데 우리 고향 옹진에서는 봄나물 많이 안 먹었어.
고향에서는 산에 가면 나물이 많았어도 해다 먹질 않았어. 왜들 안해 먹었는지 몰라. 주로 심어서 먹었지. 상추 심고 쑥갓 심고. 봄에 감자 심어서 먹고, 콩 심어서 먹고, 조금 있으면 나지. 콩도 나오고, 감자도 이제 조금 있으면 캐고. 그런께 나물 같은거 많이 해 먹지 않았지. 나물이래야 산에서 취나물 해다 먹고 고사리나 꺾어다 먹었지.
바다에도 댕겼어. 바다에 굴도 있고 조개도 많았어. 바다에 나가 그런거 해다가 먹기만 했지 파는 건 몰랐지.
보리고개 때도 농사 지었던 걸로 다 먹었지. 그전엔 보리고개가 힘들다고 했지만 우리 고향에서는 좁쌀을 많이 해 먹었어. 거기는 조를 많이 심었지. 보리는 조금 심고. 조금 있으면 보리 벼겠네.
피난 나와서 배 고파서 먹을게 없으니까 안 먹던 나물들도 다 해 먹었지. 피난 나와서 연평도에 있었는데 나중에 배로 실어다가 전라도 어디매나 갖다 풀어줬지. 그래 갖고 전라도 목포쪽 거기서 한 3년 살고 인천으로 왔지.
전라도에 있을때 나물 먹는거 많이 배웠어. 배고프니까 이것저것 먹은 거지.
전라도 사람들은 보리, 밀, 쑥 뜯어다 된장국 끓여 먹고, 콩잎파리도 먹고 그랬어. 우린 그런 거 먹지도 않았는데 별거 다 먹어 보고, 별거 다 해 보았어. 배 고프니께. 풀씨라고 논에다 심는게 있었는데 봄이면 미나리 같이 쫙 돋았어.
그걸 베다가 해 먹으면 독기도 없고 맛도 있었댔어. 그래 그것만 베다가 막 먹었어. 그거 베러 댕기면서 욕도 많이 먹었어. 논 주인들이 나와서 소리치며 쫓아오면 쫓겨 댕기면서 베다 먹었지.
보리도 많이 먹었어. 산나물 나오기 전 2, 3월 달에 나물도 없고 먹을 것도 없고 한께 넘이 보리 심은거 싹이 나팔나팔 요만큼 나오면 주인 몰래 막 그거 벼다 된장국 끓여 먹었어. 그땐 보리싹 맛도 몰랐어 배고프니까 막 먹었지. 맛이라고 알간.
전라도에서 인천 올라와서는 바다에도 굴이며, 조개 하러 막 댕기구 봄이면 산에도 막 댕기고 했어. 산나물 해서 먹기도 하고 팔기도 하고 했어. 그래도 나물 해다 팔면 돈 되나 그저 먹었지.
산에 가면 나물하러 댕기는 사람들은 별 나물 다 하더라구. 먹는 건지, 안 먹는 건지 다 알구 말야. 우리는 잘 몰랐어. 우리는 쑥 같은 거 연하면 꺾어오고, 민들레도 캐고, 둥굴레도 캤어. 민들레는 봄에 가지 나올 적에 캐다가 된장국 끓여 먹지.
둥굴레는 지금쯤 산이며 들에 댕기면서 캐다가 말려 갖고 많이 팔았었어. 전에는 둥굴레 캐다가 푸대로 막 팔고 그랬어. 뿌리를 캐 갖고 말려서 푸대로 하나에 얼마씩 팔고 그랬는데 지금은 하도 캐내서 어디가서 푸대로 캘데가 없어.
두릅 같은 것도 많이 했었어. 두릅은 우리 고향에서는 쓰다고 안 먹었는데, 여기 피난 나와서 해다 먹으니까 맛있데. 맛있는데 그것도 요즘은 너무 허러 대니는 사람들이 많아서 우리네들은 가서 하지도 못해 차례가 안와.
산에서 해온 나물들은 삶아서 고추장에다 참기름 넣어서 무쳐 먹지. 고추장 안치고 기름하고 맛소금만 하는 사람도 있고. 지 입맛에 따라 다른 거지. 나는 고추장에 많이 비벼먹어. 된장으로 무치는 사람도 있는데 우리는 된장은 안 넣고 먹어.
봄에 바다에 나가면 갯뻘에서 굴을 하다가도 산에 올라가서 나물을 하고 그랬어. 그렇게 섬마다 다 댕겼어. 장봉, 용유, 맨기리섬, 코식이섬, 별의 별섬 다 갔지.
피난민들 해 먹을 게 없어 다들 바다에 나갔는데 그래서 피난민들 태우고 갈 배가 모자라곤 했어. 그래갖고 조그만 배에 사람 많이 타고 댕기고 해서 죽을 고비 많이 넘기고 그랬어.
내가 한 65살까지는 산에도 막 댕기구 바다에도 막 댕기구 그랬는데 지금은 산에는 못 가네. 바다에나 조금씩 댕기면서 조개나 조금씩 해다 먹지. 그리고 여기는 나물 하러 갈려면 차 타고 멀리 가잖아. 걸어서 그냥 가서 나물 할 때가 따로 있나. 그래 나이 먹으니까 나물하러 갈 수가 없어.
예전에 피난 내려와 배 고플 때 나물을 너무 먹어서 지겨워서 안 먹는다고 했는데 지금은 없어서 못 먹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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