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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교칙 없으면 학교가 엉망이 될까?" 
 mansuknews | 04-11-12 12:20
 

중학교 아이들의 등교길. 아이들은 넓은 정문을 두고 선도부가 서 있는
좁은 통로를 지나 학교에 들어간다.

각급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올바르게 성장하도록 돕기 위해’ 두발, 복장, 생활 등에 관한 교칙을 정해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정한 교칙이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들어보았습니다.

수경 올해 학생과 선생님들 바뀌면서 너무 심해진 것 같지 않냐? 작년에는 지금처럼 심하게 단속하지는 않았는데 요즘은 교칙도 강해지고 머리도 잘리고...
진석 맞아, 나도 머리 자른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오늘 또 걸렸어. 내일 자르고 오래. (진석이는 스포츠 머리였다.) 언제지? 학교에서 머리 자르고 오라고 한 적 있잖아. 그 때 우리는 선생님들이 애들 머리 자르면 안 된다고 알고 있으니까 안 자르고 갔는데, 아침에 학교에 가니까 교문에 애들 행렬이 쫙 있더라. 교문에 들어가는 애들 하나하나 머리 길이를 자로 재고, 조금이라도 길면 가위로 막 자르더라구. 그 때 내 친구도 머리에 세 군데나 땜빵 생겼다고 막 울더라.
혜선 입학 할 때 교칙이 적힌 프린트물에 여자는 귀밑 5㎝라고 써있던데, 우리도 다른 학교처럼 머리 기를 사람은 길러서 묶고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어.
수경 선생님들은 ‘머리를 짧게 해도 지금처럼 오도방정인데 기르게 하면 교칙이 지켜지겠냐’고 하더라. 뭘 믿고 기르게 해주겠냐고.
혜선 그거야 기르고 싶으니까 오도방정을 떠는 거지. 머리가 길면 묶을 수 있지만 그렇게 안되니까 고대기 하고 그러는 거 아냐?
진석 그건 혜선이 말이 맞는 것 같아. 머리가 길면 답답하니까 자기가 알아서 자를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그런 건 교칙 없이도 알아서 할 수 있잖아.
수경 우리야 알아서 한다고 하지만 알아서 하지 않는 애들도 있어. 3학년에 어떤 애들은 한 달 동안 머리 안 자르고 버틴 애들도 있어.
진석 그거 봐, 어차피 기를 애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기르잖아. 머리 잘리는 애들 보면 평범한 애들만 잘린다니까.
수경 하긴 우리 반 애들도 아침에 선생님들 피하려고 새벽에 오는 애들도 있긴 있지. 그런 거 보면 선도부 애들 좀 불쌍하지 않냐? 어차피 교문만 지나가면 다들 자기 마음대로 하는데. 걔들도 교칙은 잘 모를 걸?
진석 그렇겠지. 아마 교칙을 다 아는 애들은 없을 걸? 만약에 교칙을 알고 싶다면 뭔가를 잘못해 보면 돼. 그러면 평상시에는 잘 알지도 못했던 교칙들이 막 나온다니까.
혜선 교칙은 누가 만들었을까?
진석 몰라. 선생님들이 만들었겠지 뭐. 왜 만들었는지 몰라. 아무리 추워도 재킷도 못 입잖아. 사람마다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도 있고,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도 있는데 정해진 날짜에 다 똑같이 재킷을 입으라는 게 말이 되냐? 나는 며칠 전에 추워서 재킷을 입은 것도 아니고 들고만 갔다가 혼났다니까.
혜선 그런 건 좀 애들한테 알아서 골라 입으라고 하면 좋겠어.
수경 그래도 그렇게 섞어 입으면 통일된 느낌이 없잖아. 외부 사람들도 학교에 들어와서 보고 그러는데 보기 안 좋을 걸.
진석 그렇다고 누가 겨울에 하복 입나? 당연히 추워지면 다들 동복 입을 거 아냐. 교복을 입지 말자는 것도 아니고 골라 입자는 것뿐인데 그것도 안돼? 우리가 그런 것까지 통제해야 하는 대상은 아니잖아.
수경 그래도 어느 정도 통제하는 건 필요하지 않을까? 통제가 전혀 없다면 학교가 엉망이 될 걸? 우리학교 애들이 워낙 자유분방한 건 사실이잖아.
진석 그렇다고 추워서 입은 교복 재킷 입는 것까지 잡는 건 너무 하잖아.
수경 그러니까 어느 정도만...
혜선 소지품 검사는 또 어떻고. 전에 누가 학교에 사복을 가져 왔다고 선생님이 갑자기 교실로 들어와서 반장, 부반장 빼고는 교실 밖으로 내보낸 다음, 애들 가방이랑 서랍까지 다 뒤졌다니까.
진석 우리도 수업 중에 갑자기 다른 선생님이 들어오더니 다 일어서라고 해서 몸이며 주머니까지 전부 뒤졌어. 그러니까 괜히 의심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기분이 되게 나쁘더라. 소지품 검사하기 전에 예고를 하던가, 아니면 왜 하는지 설명이라도 해주면 기분이 좀 덜 나쁠 텐데.
수경 예고를 하면 누가 걸리겠냐? 걸릴 게 없으면 아무 상관없는 일이잖아.
진석 걸릴 물건은 아니지만 남들한테 보이고 싶지 않은 게 있잖아. 그런데 갑자기 들어와서 가방 뒤지고, 몸 만져보고 그러면 기분이 좋겠냐구. 우리가 무슨 테러범이야?
혜선 우리도 어느 정도 교칙이 필요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너무 사소한 것까지 다 정해져 있지 않았으면 좋겠어. 우리가 알아서 할 수 있는 것들은 그냥 알아서 하게 풀어 주면 좋겠어. 사실 교칙을 다 지키면서 지내는 건 불가능하지 않아?
수경 하긴 나도 교칙 다 지키라고 하면 아마 학교 다니기 힘들 걸. 아마교칙대로 학교 생활하는 애는 하나도 없을 거야.

아이들은 모두 교칙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신들을 ‘통제’나 ‘보호’의 대상으로 하는 꽉 짜여진 교칙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정해서 지켜나갈 수 있는 교칙을 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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