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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제집과 피로'만 남기는 보충수업 
 mansuknews | 04-08-24 12:23
 
날씨가 매우 덥다. 제자리에 앉아 있기만 해도 땀이 등을 타고 주루룩 흘러내린다. 이런 무더위에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것은 무척 괴로운 일이다. 때문에 초·중·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심신발달상 계속적인 정신적·육체적 피로를 피하기 위하여' 방학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고등학생들에게는 방학은 그저 이름뿐이거나, 있다 해도 매우 짧다.
특히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00여일 앞 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여름방학은 없는 것과 다름없다.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이라는 명목으로 30여일의 방학 중 20여 일은 학교에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30일 방학중 20일 등교

ㄷ고등학교에 다니는 김성범(고3)군은 아침 8시 50분 경이면 잠자리에서 일어나 세수를 마치고 방학 보충수업을 받기 위해 집을 나선다.
성범이는 집에서 나와 게임방에서 한시간 가량 게임을 하다가 2교시가 되어서야 교실에 들어간다. 1교시 수업인 '한국지리' 과목은 듣지 않는다.
"한국지리는 제가 수능을 치러야 하는 과목이 아니라서 들을 필요가 없거든요. 또, 출석도 부르지 않기 때문에 안 들어가도 상관없어요."
성범이가 학교에서 방학중에 보충수업을 듣는 시간은 하루 5시간이다. 그 중 2시간은 본인의 선택이나 필요와는 상관없이 담임교사가 지정한 과목을 들어야 한다. 또한 보충수업을 모두 마친 뒤에는 오후 5시까지 강제로 진행되는 자율학습을 하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강제적인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은 삼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이다.
학생들이 보충수업이나 자율학습을 하게 되는 과정을 보면 '강제'적이지 않은 부분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일단 학생들이 '방학 보충수업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은 '청년들이 양심에 따라 군입대를 거부하는 것'만큼이나 힘들다. 물론 특별히 예·체능계열을 선택한 학생들은 보충수업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아주 특별한 사유가 없이 보충수업을 거부 할 때에는 교사의 온갖 협박과 회유를 견뎌야 한다.
"저희 반에서 한 명이 특별한 이유 없이 보충수업을 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선생님이 그 아이한테 여러 가지 협박을 했는데도 끝까지 버티니까 결국 선생님이 '앞으로 졸업할 때까지 너한테는 신경 쓰지 않겠다'며 포기 선언을 하더군요."
또한 보충수업을 하도록 결정되고 난 뒤 과목을 정하는데 있어서도 학생들에게 '선택'은 허용되지 않는다. 담임교사가 들어와 학생들에게 신청할 과목과 교사를 정해주면, 학생들은 교사의 지시에 따라 신청서에 표시를 하고 학부모의 동의를 표시하는 서명을 위조해 신청서를 작성·제출하고 나면 보충수업을 듣게 되는 것이다.

“보충수업은 하나마나한 일”

강제적인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의 문제는 단지 ㄷ고등학교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교육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보충수업에 대한 글들이 120여 개에 이르고 이 중 대다수가 '보충수업이 강제로 실시되고 있고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강제로 실시하고 있는 방학 중 보충 수업에 대해서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ㅈ고등학교에 다니는 조현석(고3)군은 "보충수업은 있으나 마나 한 일"이라며 "아이들 대부분이 보충수업을 빠지면 선생님한테 맞기 때문에 학교에 나간다"고 말한다.
또 수업과목이 학생들의 필요에 따라 선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발성을 기대하기는 더욱 어렵다. 학생들은 보충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시간이 지날수록 지각과 결석의 횟수가 잦아진다. 또한 학교에는 나가지만 보충수업이 아닌 '보충수면'을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현석이네 반에는 학교에 오면 잠만 자는 학생들이 한 줄을 이루고 있어 반 친구들 사이에서 '낙엽줄'이라 불리는 학생들이 있다.
"그 아이들은 학기 중에도 교실에서 잠만 자는데 방학 보충수업 때는 더 심하죠. 밤새 컴퓨터 게임을 하고 학교에는 맞지 않기 위해서만 오니까 어떻겠어요? 마치 학교에서 에어컨을 틀어주니까 잠자러 오는 아이들 같아요."

빨리 고3이 끝나길 바랄 뿐

학생들은 학교에 나가는 것만 강제일 뿐 학교에 등교한 뒤에는 '자율학습'을 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잠을 자는 경우도 있고 수업 중간에 학교를 탈출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학교에 등교를 하고 수업시간 중에 교실에 앉아 있는 것에 대해서만 신경을 쓸 뿐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거나 잠을 자는 것에 대해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교사들에게도 방학 보충수업은 강제로 주어지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보충수업이 도움이 되는 학생들도 일부 있다. 하지만 그런 학생들에게도 선택하지 않은 수업을 듣는 것은 힘겹다. 게다가 방학 중에도 정상적으로 학교에 나가야 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현석이는 "저희 반에서 공부를 좀 한다는 아이들도 요즘은 공부 안 하는 아이들이랑 똑같아요. 와서 잠자고 대충 시간만 보내다 가죠. 뒤로 갈수록 결석하는 일도 많아지고요"하고 말한다.
현석이는 방학 보충수업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학교에는 빠짐없이 나가고 있었다.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3이기 때문이다. 고3이라는사실은 학생들에게 방학과 휴식을 포기하고 학교에 나오지 않으면 불안하도록 만들었다.
현석이는 보충수업을 통해 얻은 것은 '문제집과 피로'라며 '빨리 고3이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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