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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선배의 보호막이 필요한 아이들 
 mansuknews | 04-06-09 14:19
 

아이들이 실제로 맺고 있는 의남매 관계는 선·후배 사이가 먼 관계이다.

요즘 중학생들 사이에서는 '의남매', '의자매'(이하 의남매)등의 이름으로 선·후배가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남매나 자매라는 말의 뜻대로만 생각한다면 선·후배 관계가 친밀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아이들이 실제로 맺고 있는 의남매 관계는 선·후배 사이가 더 먼 관계이다. 때로는 의남매 로 인해 학생들 사이에 다툼이 생겨 큰 문제로 발전하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의남매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화도진중학교에 다니는 오영이(가명, 중3, 여)와 민지(가명, 중3, 여)를 만나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의남매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냥, 후배들이 귀여우니까 하는 거래요."
오영이는 친구들이 의남매를 맺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선배들이 후배들과 의남매를 맺는 이유는 '그냥, 귀엽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오영이도 친구들이 그런 이유로 의남매를 맺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학교에서 일어나는 의남매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의남매라는 게 원래 '학생과가 집 같은 아이들'(교무실에 자주 불려 가는 아이들)사이에서 시작된 거거든요. 그 아이들은 선배들이 짝을 지어주면 그냥 의남매가 되는 거예요. 그렇게 의남매가 되면 서로 '상부상조'하는 거죠."

아이들 상부상조 ‘서로돕는것’과 달라

'상부상조? 서로 돕는다?' 의문은 오영이의 이야기를 듣고 금새 풀렸다.
아이들이 말하는 상부상조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서로 돕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후배는 선배에게 '○○데이'나 각종 기념일마다 선물을 바치고 선배들은 그런 후배를 '보호'해 준다는 것이다.
"선배들이 선물을 하라고 직접 말하지는 않지만... 아마 무언의 압박이 있겠죠. 그렇지 않고서야 2단 케이크 같은 선물을 할 리가 있겠어요? 돈도 별로 없는데..."
이쯤 되면 선·후배 사이의 '관계'라는 말보다 '거래'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 싶었다. 이러한 '거래'의 칼자루는 선배가 쥐고 있기 때문에 후배들은 선배들이 이끄는 대로 따를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후배들은 '전따'(전교생이 집단 따돌림을 하는 것)가 되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때문에 후배들은 선배들의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중학생이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가 뭐 있겠어요? 전단지 돌리는 아르바이트 많이 한다고 하던데..."
아이들이 학교에서 선배들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뭘까?
민지(중3, 여)는 "저희가 입학하던 날 3학년 언니들이 저희 교실로 찾아왔어요. 애들이 무서워하던 언니들이었는데 저희반에 있는 한 친구하고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그 때 '나도 누가 뒤를 봐주어야 하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죠"하며 "그 뒤로 그 아이는 주위에 친구들이 끊이지 않고 모여들었어요"하고 선배들의 보호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이들이 선배의 보호라고 생각하는 것은 '선배가 있다'는 사실뿐이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아이들은 든든함을 느낀다.
"만약의 경우 친구들끼리 싸움이라도 나면 의남매들이 내려와서 대신 싸우기도 해요.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되는 것 처럼요."
친구들과 다툼이 있을 때 의남매를 맺고 있는 선배가 없다면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의남매들 사이에도 '계보'가 있다. '계보'라는 것이 그 선배가 누구인지를 말하는 것이다. 의남매를 맺고 있는 아이들 사이의 계보에는 위아래(선·후배)관계는 있지만 옆으로(친구)의 관계는 거의 없다.

위 아래만 있는 아주 단순한 친구관계

"당연히 그 친구들은 위아래 밖에 없죠. 옆으로 관계가 있으려면 엄마도 있고, 삼촌도 있고 그래야 하는데 친구들과 관계는 별로 없으니까... 사실 따지고 보면 아주 단순해요. 쭉 세워보면 그냥 일자죠."
최근 들어서는 1학년 후배들이 선배들과 의남매를 맺어 달라고 따라 다니는 경우도 있다.
후배들이 의남매 맺기를 원하는 상대는 '노는 선배들'이거나 '간부'들로, 학교에서 어느 정도 위치를 차지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선배들을 찾아간다. 후배들이 찾아오면 선배들은 쉽게 의남매를 맺어준다.
"자기 좋다고 따라오는데, 누가 싫다고 그러겠어요. 다 좋다고 하지."
오영이와 민지는 "의남매 맺는 일이 아직은 일부 아이들의 일"이라면서도 "점점 평범한 아이들 사이에도 의남매를 맺는 일이 늘고 있다"고 말한다.
오영이는 "다른 학교에서도 의남매 같은 게 있다는데 저희가 본 것과는 조금 달라요. 서로 힘들 때 편지 써주고 걱정해주는 거라고 하던데..."하면서 "우리들이 의남매를 그 친구들처럼 한다면 학교 선생님들도 적극 권장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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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남매를 원하는 이유는 왕따에 대한 두려움때문

청소년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또래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생활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 시기에 친구 또는 선·후배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것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요즘 청소년 들 사이에 유행하는 의남매 맺기는 자연스럽고 평등하게 사귀는 것이 아니다.
의남매를 맺는 대부분의 이유가 청소년들 사이의 따돌림이나 폭력에 대한 두려움에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서로에 대한 호감이나 신뢰가 아니라 선물이나 상대방에 복종 함으로써 얻어지는 이익으로 서로의 만남을 유지하는 것은 그릇된 우리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있다. 청소년들은 결국 사회 안에서 어른들이 맺는 관계를 배울 수 밖에 없다.
왜곡된 의남매를 통해서라도 또래친구들과 사귀고 싶어하는 우리 청소년들의 갈망을 나무라기 보다는 청소년들이 의남매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때이다. 김수연 (기차길옆작은학교 상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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