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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공동체는 마음으로 만들어 가야지요... 
 mansuknews | 01-01-15 00:53
 

"생태계의 생물들이 아름다운 이유는 자신들의 목숨을 기꺼이 내놓기 때문입니다. 볍씨 하나는 300개의 볍씨를 만들어 내지만 볍씨는 그중 하나만이 자신을 이어주기를 바랍니다. 나머지의 살아있는 목숨은 서로 나누는 것입니다.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는 생물들이 있기에 우리가 살수 있는 것이죠. 그러면 우리는 다른 생물들을 위해 무엇을 나누며 살 수 있을까요?"
농사꾼 윤구병씨(58세)는 이렇게 말을 시작했다. 충북대 철학과 교수였던 그는 지난 95년부터 공동체 식구 12명과 함께 전북 부안군 변산에서 농사를 짓고 있으며, 98년에 문을 연 '변산공동체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변산이 농촌 마을공동체를 만들기에는 아주 좋은 장소라고 말하셨는데요
산살림, 들살림, 갯살림은 사람들의 기초살림입니다. 농촌, 어촌, 산촌의 기초생산공동체는 사람에게는 '생명창고'인 셈이죠. 우리가 사는 마을은 변산면 운산리입니다. 운산리는 들마을에 가까운 중산마을과 산마을에 가까운 운산마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또 큰길너머에 있는 변산 해수욕장은 갯마을에 가깝기 때문에 기초살림을 꾸리기에는 아주 좋은 곳입니다.

농촌은 세상에서 가장 살기 어려운 곳

대학교수를 그만두고 처음에는 '재실지기'로 일하셨다 들었습니다
재실은 동네 문중의 제사를 지내는 곳입니다. 재실에 살며 묘를 관리해주고 그곳에 딸린 땅을 빌려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대학교수는 참 좋은 직업입니다. 하지만 교수생활을 했던 15년간 학생들과 즐겁게 지내고 스스로 행복해지려고 노력했지만 행복하지 않았던 적이 많았습니다. 저는 농사짓는 지금이 더 행복합니다.
마을 주민들과 공동체 식구들의 농사짓는 방법이 차이가 있을텐데 땅을 살리기 위해서 철저히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벌써 5년째인데 주위 어르신들은 아직도 우리 농사법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화학영농을 하고 있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기 때문에 우리 방식을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농사일이 힘들지 않은가요?
농번기에는 15시간을 일하기도 하지만 농사는 워낙 변화가 많은 노동이라 힘들지는 않습니다. 농사를 지으려면 자연의 '철'이 나고 드는 것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시간이 좀 걸립니다. 넉넉한 마음을 갖고 '철'이 들어야 농사를 잘 지을 수 있습니다.

제 앞가림하며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교육

지난 98년부터는 '변산공동체학교(중등과정)'가 문을 열었습니다. 농사일만으로도 힘들텐데 학교까지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교육은 무척 중요한 부분입니다. 저는 교육이라는 것이 '스스로 제 앞가림을 하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이 두 가지 목표만 이루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이런 것과는 담을 쌓게되는 것이 우리의 교육현실입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함께 의논해서 해결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죠.

'변산공동체학교'에서는 어떤 수업들이 이루어지고 있나요
공동체학교는 '무허가' 학교이기 때문에 일반 학교와는 과목부터 많이 다릅니다. 주로 오전에는 국어, 영어, 수학, 철학, 사회학 등의 수업을 하고 오후에는 기초살림 배우기를 하고 있습니다. 농사일, 산과 들, 바닷가에서 생태관찰하기 등이죠. 일반학교에서 적응하기 힘들었던 우리 아이들은 무척 좋아합니다.

공동체구성원들 사이에는 어떤 원칙이 있나요

공동체의 원칙의 기초는 조금 더 힘들고 가난하고 불편하게 사는 것입니다. 우리 공동체는 상황이 새롭기 때문에 원칙이 완벽하게 지켜지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변산에 와서 일주일만 살아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말로는 설명하기 힘듭니다.

공동체를 꾸려가며 어려움이 많을텐데요
공동체 식구들끼리 사람관계를 잘 맺는 것이 제일 힘든 것 같아요. 우리는 도시를 떠난 사람들이 모여 만든 인위적인 마을공동체이기 때문에 갈등이 있을 때 '여기 아니면 못사냐'는 식으로 쉽게 떠나버리는 사람이 있어요. 이런 내부갈등을 풀어내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다음날 작업에 대해 의논할 때나 그 이후 시간에 주로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누는 편인데 "머리를 잘라 버리라"는 말을 종종 합니다. 머리로 따져서 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죠.

자기성찰과 반성이 공동체를 유지

'변산공동체'가 만들어진지 벌써 5년이 지났습니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공동체를 유지시켜줄 수 있는 힘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공동체의 기본은 사람에 대한 믿음입니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우리의 소망을 연결해 주는 것이 바로 '사랑'이지요. 또한, 사람들이 가진 상처를 치유하려면 각자의 자기 성찰과 반성이 필요합니다. 농사를 짓다보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윤구병씨는 사람들이 변산공동체를 단순히 구경하기 위해 찾아오는 것을 싫어한다. 그는 변산공동체를 세상에서 가장 '불친절한 공동체'로 만들겠다고 말한다. 손님접대로 시간을 보내기에는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외부후원을 받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요즘 사람들은 고슴도치처럼 수많은 '가시'를 가지고 사는 것 같아요. 이런 사람들끼리 껴안으면 피가 나겠죠. 살아온 방식과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가 마음으로 껴안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지만 이런 아픔을 겪어야 합니다. 저는 사람이 있는 곳에는 어디에나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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