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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시간만에 무너진 10년의 삶 
 mansuknews | 01-01-14 23:26
 

지난 11월22일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오전 4시50분, 알뜰시장의 노점상 김해규(41)씨는 잠결에 전화한통을 받았다. 동구청 앞에 살고 있는 한 친구로부터 걸려온 전화는 "동구청에 구청직원들과 철거용역직원들이 택시를 타고 모여들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들이 모인 이유를 직감한 김씨는 다른 노점상 동료 몇 명에게 급히 연락을 하고 알뜰시장으로 향했다. 알뜰시장에는 송행식(43)씨를 비롯한 두 명이 이미 나와있었다. 그들은 점포의 전등을 모두 켜놓고 회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때가 5시10분.
잠시후 연락을 받은 노점상들이 굳은 표정으로 하나둘 도착했고, 5시20분경 노점상 30여명은 알뜰시장에 모여 조금 있으면 벌어질 '사태'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었다.
5시40분, '신라관광', '남북관광'의 이름표를 달은 관광버스 7~8대가 알뜰시장 입구로 들어섰다. 곧이어 문이 열렸고 하얀색 우비와 노란색 '하이바'를 쓴 건장한 '철거용역'들이 각목과 쇠파이프를 손에 든 체 하나둘 내리기 시작했다. 200여명의 철거용역들은 10여명의 노점상들이 지키고 있던 알뜰시장 입구로 향했다.

노점상 덮친 각목과 쇠파이프

"다 죽여버려". 한 철거용역의 고함소리가 새벽하늘을 가르는 순간 길이 1m50cm정도의 각목과 1m가량의 쇠파이프가 노점상들을 덮쳤다. 철거용역들은 좌우 두곳의 입구로도 치고 들어왔고, 여기저기서 욕설과 비명소리가 뒤섞이며 알뜰시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그림 market2.jpg
알뜰시장 이덕형씨는 철거용역직원들의 각목에 맞아 뇌의 뼈가 부서지는 중상을 입었다
}}대부분이 아주머니들인 30여명의 노점상들은 용역들에게 쫒겨 알뜰시장 뒤쪽 원예농협쪽으로 밀려나갔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그 와중에 이덕형(35)씨가 철거용역들에게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몇 차레의 '각목세레'를 받은 그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머리뼈가 깨지는 중상을 입었다.
모든 상황은 10분만에 끝났고, 노점상들이 쫓겨 난 알뜰시장에 포크레인이 굉음을 내며 들어왔다. 그리고 점포들이 철거되기 시작했다. 노점상들은 원예농협 뒤쪽에서 경찰들에게 가로막힌 체 자신들이 10년 동안 지켜온 점포들이 쓰레기 더미로 바뀌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30여분만에 철거가 끝나자 소방차로 '물청소'까지 깨끗이 마친 구청직원들과 철거용역, 경찰들은 '철수'했고. 1시간전까지 70여 가구의 '삶의 터전'이었던 알뜰시장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알뜰시장 이전문제로 구청과 갈등 빚어

송림동 현대시장 옆에 위치한 알뜰시장(송림6동 50-1)은 90년 동구청이 송림로타리 일대의 노점상들을 정리하면서 이전시킨 곳으로, 최근엔 73개 점포가 운영되고 있었다. 동구청은 2년전 주변에서 쓰레기 문제를 비롯한 '민원이 많고' '재래시장 활성화'란 이유를 들어 알뜰시장의 철거를 계획했고 이를 반대한 노점상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동구는 노점상들을 원예농협(40개소)과 동부시장(15개소), 동구상가(15개소)로 이전을 요구했지만, 노점상들은 원예농협은 품목이 제한되어 있고 계약기간이 2년이며 동부상가나 동부시장 자리는 장사가 안돼 비어있는 상태인 점을 들어 이전을 거부해왔다.
동구는 9월18일 철거 1차계고장을 붙힌 뒤, 다음날인 9월19일에 철거를 시도했으나 노점상들의 거센 반발에 막혀 '실패'한 후 이날 기습적으로 철거를 감행해 '성공'시켰다.
알뜰시장 노점상들은 철거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은순씨는 그날 일을 생각하면 끔찍한 생각만이 떠오른다. 가끔 꿈속에 철거용역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텔레비젼에서 가끔 이런 장면을 보긴 했지만... 말그대로 전쟁터였습니다. '용역깡패'들이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을 퍼부으며 여자남자 가릴 것 없이 각목과 쇠파이프를 휘둘렀으니까요"
아직 노점상 10여명이 부상치료를 받고 있으며, 특히 이덕형씨는 뇌골 10cm정도가 부서지면서 뇌속으로 들어가 기독병원에 입원 중에 있다. 생명까지 위독했던 그는 1차 수술 후 상태가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현재 이덕형씨 폭행협의로 용역직원 한 명이 구속된 상태다.

구청 “계속 장사한다면 다시 철거하겠다”

노점상들은 이번 철거로 '물품'들도 모두 잃었다. 특히 12월엔 장사가 되는 때이고 겨울이라 물건들이 상할 염려가 적어 점포안에 판매물품들이 많이 쌓여있는 상태였다. 생선가게를 하고 있던 이은순씨가 쌓아 놓았던 생선들도 모두 '철거'되었다.
그는 "생선을 연안부두에서 외상으로 들여놨었는데, 수금하러 온 사람이 여기를 보더니 어이없다며 그냥 가더라"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노점상측은 점포들의 피해액이 2억6천여만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점상들은 철거된 알뜰시장 자리에 50여명이 나와 '노점'을 벌이고 장사를 계속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기는 수익금은 이덕형씨 치료비와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는 '콘테이너'의 대여비로 쓰고 있다. 또한 매일 30여명씩 알뜰시장 중앙에 쳐있는 천막에서 잠을 자며 구청의 '또다른 철거'에 대비하고 있다. 노점상들은 지난 11월30일 구청장과의 면담에서 구청장의 사과와 피해보상, 그리고 알뜰시장에서 계속 장사하는 것을 허가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
동구청의 실무책임자인 도시국장은 "이덕형씨가 다친 것은 애석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날 철거는 영장을 발부받은 정당한 법집행이었으며, 노점상들의 피해는 보상해줄 수 없다. 노점상들이 계속 장사를 할 경우 다시 철거하겠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새벽에 철거를 계획한 것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노점상들이 지키고 있다고 해서 철거를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현재로서는 노점상들이 구에서 요구한대로 원예농협을 비롯한 3곳으로 들어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고 덧붙혔다.
또한 동구에서는 알뜰시장 자리에 재래시장활성화를 위해 주차장이나 물류창고등으로 사용할 것을 검토중이지만 아직 확정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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